아프가니스탄이 지난해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점령됐을 때 카불 공항에서 철조망 위로 미군에게 건네졌던 아프간 아기가 있었다. 아기는 이때 부모와 생이별을 했다. 당시 생후 2개월이었던 소하일 아마디는 철수하던 미군에게 건네진 뒤 행방이 묘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아기가 지난 8일 수개월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다.
시간을 돌려서 아기가 부모와 생이별을 했던 당시의 상황을 요약해 본다면 이러하다. 카불의 미국 대사관에서 보안 요원으로 근무했던 아기의 아버지 미르자 알리 아마디는 지난해 8월 19일 부인과 자녀 5명을 데리고 아프간을 빠져나가려고 공항으로 갔다. 부부는 자녀들을 챙기면서 탈레반에 장악된 아프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던 경력 때문에 탈레반의 보복을 받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인파로 인해 압사당할 만큼 위험했다. 이 상황에서 가족은 아기를 살리기 위해 미군에게 잠시 아기를 건넸다가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같이 탑승하지 못하게 된 거다.
비행기를 탄 가족들은 아기를 아프간에 남기고 미국으로 떠나며 통곡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아기를 찾기 위해 방법을 궁리했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 직원과 인권 운동가들이 철수하면서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할 수 있는 건 페이스북 글을 올리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수소문을 하다가 결국 목격자들의 제보로 아기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알고 보니 아기는 카불의 택시운전사 29세 남성 하미드 사피가 돌보고 있었다. 세 딸의 아버지인 사피는 손자를 얻고 싶은 어머니 소원을 이뤄주려고 우연히 발견한 아기를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웃들이 아기를 알아보면서 상황이 알려졌다. 아기의 부모는 소식을 접하고 아프간에 있는 아기의 조부모와 친척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프가니스탄 아기 소하일 아마디가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AFP통신/ 게티이미지/ 모하맛 라스판
아기의 조부모는 아기를 키우려고 결심한 사피를 7주 이상 설득해 돌려받을 수 있었다. 결국 아기를 미국으로 떠난 가족에게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일만 남게 됐다. 아기의 어머니 수라야는 로이터통신에 “매일을 눈물로 지새웠다”며 “(하지만 아기의 소식을 들은) 어젯밤에는 너무 행복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