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꿈 좇는 일 포기하고 깨달은 것

꿈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꿈, 직장, 열정, 밀레니얼, 워라밸, 직장
니키 나티비다드. 사진: 본인 제공

2017년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이게 네가 꿈꾸던 일이니?”라고 물었을 때가.

이때는 대기업에 의뢰받아 글 쓰는 일을 막 그만뒀던 시기였다. 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비영리기업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보수도 없이. 열정이 넘치는 26살이었다.

조금 전 질문으로 돌아가 ‘지금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가?’ 사실 그건 아니었다.

청년으로서 부끄러웠던 이유는 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제작하거나 귀에 쏙 들어오는 카피를 만들고 검색엔진최적화(SEO)가 무엇인지 공부하는 일에는 열정을 느끼지 못했다.

해봤던 일 대부분을 좋아했다. 다만 그냥 일로서 좋았다. 그러지 않을 것 같던 일도.

면접관이 면접 때 ‘10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으냐’고 물을 때마다 식은땀을 흘렸다. 보통 “당장 다음 주에도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요…하하”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 면접관은 종이에 무언가를 휘갈겨 적었다. 대단한 찬사는 아니었을 거다.

다른 사람들은 본인이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고 있는 걸까?

불편하게 하는 건 일로 만난 사람만은 아니었다. 친구들도 책은 언제 쓰는지 물었다.

“책? 책을 쓴다고 말한 적 없는데”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당연히 써야지”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모든 일이 말처럼 쉽다는 듯이 말했다. 뛰어나다고 할 만한 유일한 건 양손에 자몽을 하나씩 들고 균형을 맞추면서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려고 했던 거다.

이것만으로는 자서전을 쓰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서 “생각해봐야지”라고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글쓰기에 그만한 혼신의 열정은 없다. 아, 그만 말하고야 말았다.

난 글을 쓰면서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며 편히 술마시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허구의 세상에 자신을 살짝 변형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아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이유는 무료 콘서트 티켓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였다.

‘일이 곧 열정의 대상이어야 한다.’ 이건 자연이 선사한 짧은 시간에 위대함을 창조해내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이런 생각에 집착하게 된 건 1990년대에 자란 탓 같다.

특별히 꿈도, 무언가 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즐겨 봤던 디즈니 만화와 책엔 ‘꿈을 좇으라’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그래서 어른이 돼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특별히 꿈도, 무언가 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노동 가치관은 세대마다 다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동을 통해 안정을 추구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노동을 부모님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 마음먹는 대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는 부모님의 조언에서 힘을 얻으면서도. 우리 세대는 “엄마, 의사나 변호사가 꼭 되진 않을 거예요. 시인이 될 거라고요”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도 함께 변했다. 일이 삶의 중심일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늘었다. 삶은 직장 안에서만큼, 밖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언젠가 한 코치에게 들었던 말과 같다. “일을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열정의 대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상으로도 볼 수도 있죠.”

많은 청년이 이 말에 동의한다. 어쨌거나 일에 열정을 느끼는 건 기본적으로 소수만 누릴 수 있다. 모두가 어릴 때부터 ‘대기업 노예’나 ‘현장직 노동자’를 꿈꾸진 않았을 거다. 대부분은 고지서 납부금을 내기 위해 일한다. (내 경우엔 우리 고양이의 우아한 생활을 위해 일한다). 원하지 않으면 일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일은 꿈이나 정체성, 열정이 아닐 수 있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삶이 재밌어졌다. 사명을 찾겠다는 압박에서 벗어났다. 정말 원했던 일인지 의심하는 것도 그만뒀다. 잘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또 일은 일로서만 바라보기로 했다. 소기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나니 훨씬 편했다. 물론 앞서 말한 비영리기관에서의 일은 관뒀다.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돌아왔다. 음식과 음악, 삶에 관한 글을 쓴다.

항상 작가나 기자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글 쓰는 일을 8년간 하다 보니 애정이 생긴 것도 맞다. 감히 말하면, 글 한두 문단을 쓱쓱 써내려 나가는 건 꽤 익숙해졌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또 글쓰기 자체가 즐겁다.

꿈이 어렸을 때 결정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커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영원히 못 찾을 수도 있다. 요즘은 에세이 형식의 글을 주로 쓰며 밥벌이를 한다. 불만은 없다.

Nikki Nativid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