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사범 성소수자 LGBTQ 호신술 무료 봉사
미얀마 유도 사범 킨참매투.
The Year We Woke Up

괴롭힘당하는 성소수자들 호신술 무료로 가르쳐주는 미얀마 유도 사범님

많은 미얀마인은 게이가 전생에 업보를 지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4년 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주말 호신술 특강이 처음으로 열렸을 때 이 수업이 지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 말이다. 36세 유도 사범 킨참매투는 당시 여름 특강을 열어 학생들에게 호신술을 무료로 가르쳤다. 성소수자 학생 수가 늘어나 하반기까지 수업을 계속하다가 4년에 이르렀다.

미얀마 성소수자들은 사회의 음지에서 산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얀마의 사회 분위기는 보수적인 편이다. 이웃 나라인 인도와 달리 동성애 반대법이 아직 남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이 공격받기도 한다. 미얀마 성소수자들은 사회의 차별이 하루빨리 바뀌길 바란다.

사회의 인식이 바뀌려면 족히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종합격투기에서 관절을 꺾는 기술인 암바를 배우는 건 몇 차례 수업만으로도 가능하다. 특히 유도 유단자 킨참매투에게 배운다면 강습 두세 번만으로도 연마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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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사범 성소수자 LGBTQ 호신술 무료 봉사

미얀마 유도 사범 킨참매투(오른쪽 첫 번째)가 학생들을 위해 손목 꺾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킨참매투는 VICE에 “성소수자들은 호신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며 “남자 선생님은 학생들이 무서워할 수 있어 나 같이 엄마 같은 사범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신술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어느 토요일 해 질 무렵이었다. 수강생들이 하나둘 킨참매투가 있는 체육관 ‘바디 아트’에 들어왔다. 이들은 체육관 바닥에 얇은 매트 4개를 깔았다. 사방의 벽에는 유도 검은 띠 보유자이자 심판인 킨참매투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킨참매투는 이날 잠자다가 막 깨어난 모습이었다. 필리핀에서 열린 2019년 동남아시아게임에 국제 기술 심판으로 갔다가 미얀마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범 활동뿐 아니라 심판 일을 병행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유도복은 세탁기 안에 있었고 청바지에 검은 띠를 매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18세 체육관 수강생 카이는 사범을 향해 펀치를 날리는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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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수강생 카이(중앙 왼쪽)가 체육관 '바디 아트'에서 후배들에게 유도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카이의 어머니는 아들이 무술을 배운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카이는 도장에 1년 반 동안 다녔다. 반 친구 6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돈을 뜯긴 뒤였다.

“구타가 심한 건 아니었지만 자존심이 무척 상했죠. 서서 속수무책으로 당했어요.”

미얀마는 불교 신자가 88%에 달할 정도로 불교가 중심인 국가다. 하지만 사회에서 게이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게이가 전생에 업보를 지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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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유도 사범 킨참매투가 청바지에 검은 띠를 매고 학생들에게 유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식민지 시대에 제정된 형법 377조는 한술 더 뜬다. LGBTQ는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법이 실제 집행된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LGBTQ 커뮤니티를 탄압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상황이 안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미얀마 출신 트랜스젠더 패션 디자이너 모곡 파욱 파욱, 미얀마 최초로 커밍아웃한 미스 유니버스 참가자 스웨 진 테트 같은 유명 인사들은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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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에서 프라이드 행사가 열리는 진전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는 25세 청년이 사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지난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차별과 폭력은 만연하다. 미얀마 인권위원회는 사건이 발생하고 두 달 뒤 청년이 “정신적으로 박약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외동으로 자란 카이는 청년의 사건을 두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청년은 당시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청년 대 세상의 싸움을 벌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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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유도 사범 킨참매투가 수강생 카이를 둘러메고 학생들 앞에서 호신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다시 체육관 바닥에 놓인 매트로 돌아가 보자. 킨참매투는 카이의 주먹을 한 손으로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목을 두른 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두 사람은 겨루기가 끝나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주변에서는 손뼉을 쳤다.

킨참매투는 “유도에서 약하게 메어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세게 메어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을 엎어뜨리려면 가속도가 필요하다”며 “그 힘이 없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에야와디 삼각주 지역에서 태어난 킨참매투는 9살 때 유도를 시작해 국가대표 선발 후보에도 올랐다.

그는 “사범은 물과 과자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다치면 치료해준다”며 “어떤 학생이 연습 중 어깨가 빠졌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제 위치로 넣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카이가 킨참매투로부터 얻은 건 이런 치료와 물, 과자뿐이 아니었다. 카이는 밝은 성격도 얻었다. 걱정이 줄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전보다 쉬워졌다. 도장에 다닌 지 6개월 정도 됐을 무렵이었다. 사촌이 두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배운 기술을 써먹었다. 기술에 제압당한 남성들은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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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수강생 카이는 호신술 수업을 1년 반 동안 수강했다.

“언제든, 어디든 돌아다닐 용기가 생겼어요. 저뿐 아니라 가족을 지킬 수 있어 뿌듯해요.”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