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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타이 행위예술가 유킨코. 모든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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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 아닌 자유 위해’, 쫄쫄이 애호가들의 은밀한 세계

이들은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쫄쫄이를 입는다.

성을 밝히지 않은 27세 일본인 여성 유킨코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신 쫄쫄이(젠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단체 ‘도쿄 젠타이 스타일’에서 거의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유킨코를 비롯한 회원 25명은 쫄쫄이를 입고 페티시 파티나 예술 축제에 활발히 참여한다.

유킨코는 평일엔 평범한 은행 직원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땡땡이 무늬의 전신 쫄쫄이를 입고 젠타이 행위예술가로 당당히 변신한다. 그는 대학생이던 2015년 도쿄의 한 예술 행사에서 젠타이를 처음 접했다. 

유킨코는 VICE와 인터뷰에서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웠다”며 “관심을 보였더니 부스에 있던 남성이 ‘젠타이인데 해보겠냐?’고 물어봐 처음 해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가 펼쳐졌다”며 “그날 젠타이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유킨코는 낯설지만 기분이 좋았던 경험을 한 뒤 바로 ‘도쿄 젠타이 스타일’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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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타이는 전신을 덮는 ‘쫄쫄이’를 의미하는 일본 단어 ‘젠신 타이츠’에서 유래했다. 1990년대부터 일본에선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의 쫄쫄이를 페티시 소재로 삼는 사람이 생겨났다. 남성들이 주요 고객이었던 젠타이는 당시 대부분 단색에 무늬가 없었다.

페티시 고객의 전유물에 불과했던 젠타이는 요즘 행위예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젠타이 페티시 일본 서브컬쳐 언더그라운드

젠타이 행위예술가 유킨코.

유킨코를 비롯한 애호가들은 여전히 성적인 페티시를 자극한다는 부정적 소리를 듣지만, 젠타이를 사회적 편견에서 해방하는 도구이자 자유를 향한 해방구라고 생각한다.

유킨코는 “젠타이를 입으면 진짜 내가 된다”며 “원래 장난기가 많은 편이지만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안정적인 직장 압박 등을 받으면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땐 엄한 부모님 밑에 자라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해소했다.

젠타이 페티시 일본 서브컬쳐 언더그라운드

젠타이 행위예술가 유킨코.

유킨코는 성인인 지금은 연극 동아리 활동 대신 젠타이 단체 활동을 즐긴다.

그는 “젠타이를 처음 접했을 때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며 “젠타이를 입으면 사회적 가면을 벗고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유킨코는 젠타이가 정신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그는 “오늘날 소녀들을 비롯해 청년들이 외모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다가 자존감 하락을 겪거나 불안이나 우울증을 경험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페티시 때문에 젠타이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중엔 심리적 안정 때문에 젠타이 문화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킨코는 젠타이 회원 중 일부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지만 쫄쫄이 의상을 심리적 방패로 삼아 관객과 눈을 맞추고 미소 지으면서 손을 흔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문화였지만 요즘엔 행위예술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젠타이를 통해 심리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래 사진은 유킨코와 젠타이 단체 회원들의 사진이다.

젠타이 페티시 일본 서브컬쳐 언더그라운드

젠타이 단체의 회원들이 모여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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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타이 회원들이 요가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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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킨코(가운데)와 젠타이 회원들이 2017년 일본 도쿄 하라주쿠 거리를 걷고 있다.

젠타이 페티시 일본 서브컬쳐 언더그라운드

젠타이 단체 회원들이 2018년 퀴어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