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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티스트 쓰위안주지가 팔에 주삿바늘을 꽂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쓰위안주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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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부조리 폭로했던 중국 아티스트 실종

쓰위안주지는 과거 “죽을 때까지 영상을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34세 중국 아티스트 쓰위안주지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40일간 구강에 면봉을 찔러넣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동안 소형 카메라를 입에 물고 이들을 촬영했다. 영상을 통해 고강도 방역 정책 ‘제로 코로나’의 핵심인 코로나19 의무 검사를 비판했다. 본인 팔에 주사기 수십 대를 꽂는 퍼포먼스로 ‘제로 코로나’를 재차 저격하기도 했다.

쓰위안 작품의 팬이던 중국의 졸업생은 VICE와 인터뷰에서 “그는 주삿바늘을 팔에 붙이기만 했어도 됐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 팬은 정부의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다방면에 걸쳐 예술 활동을 이어온 쓰위안은 ‘제로 코로나’ 정책 때 중국인이 일상에서 겪는 고통을 예술 작품으로 풀어내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대가를 치렀다. 쓰위안은 지난해 10월 고강도 방역 정책을 꼬집은 작품을 발표한 것을 주제로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세계적인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나서 얼마 뒤 실종됐다. 

인권운동가들은 그에게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예술가 권리 옹호 단체 펜아메리카의 프로젝트 ‘아티스트 엣 리스크 커넥션’을 맡은 활동가 줄리 트레보는 지난주 성명을 통해 “중국은 활동가를 위협하기 위해 구금하는데 이번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저우펑숴는 VICE와 인터뷰 중 실종이 정부의 치부를 드러낸 작품 활동과 연관 있다고 확신했다. 저우는 “그는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현실을 전달하고 부조리를 폭로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는 쓰위안의 작품을 검열했다. 쓰위안은 ‘아이 원 투 브리드’란 작품을 통해 양쪽 폐가 철창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듯 움직이는 장면에 천식 발작 소리를 입혔다. 메신저 위챗은 구체적인 사유 명시 없이 지난해 4월 업로드된 이 영상을 삭제했다.

쓰위안은 또 다른 영상을 통해 숨이 찰 때까지 24분 동안 휘파람을 계속 불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알리고 얼마 뒤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 리원량을 기리는 의미였다. 그는 이때 “언젠가 중국어로도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비판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쓰위안은 지난해 9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영상 제작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펜데믹이 끝나기 전에 죽는다면 죽을 때까지 (제작을) 하겠다”고 말했다.

쓰위안은 지난해 10월 로이터, BBC방송과 했던 인터뷰가 공개된 후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사라졌다. 그의 친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경찰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친구는 VICE에 “지난 1월 연락했지만 평소와 달리 연락이 안 닿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를 아는 다른 지인을 통해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난징 경찰은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쓰위안의 실종 소식은 발생 두 달 정도가 경과한 지난해 12월에야 비로소 알려졌다. ‘제로 코로나’에 날 선 목소리를 냈다가 처벌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베이징 주민은 검사 부스에 “벌써 3년째. 이젠 무감각하다”고 낙서했다고 구금됐다. 

Rachel Ch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