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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반대론자들이 갑자기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이유

마스크 반대론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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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지난해 9월 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찢어진 마스크를 쓰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 Stefano Montesi - Corbis/ Corbis via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이후부터 줄곧 마스크 착용을 반대했던 마스크 반대론자 중의 일부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백신 반대론자 사이에 퍼진 음모론을 접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에게 특정 단백질을 퍼뜨려서 생리불순과 불임, 유산과 같은 다양한 건강상의 악영향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접하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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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크고 작은 다양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자체가 인구를 감축하려는 계략으로 만들어진 질병이고 이런 질병을 치료한답시고 만든 백신은 오히려 대량살상 무기로 이용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내용이다. 루머는 뒷받침하는 근거도 없이 퍼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백신 작동 원리를 근본적으로 이해 못 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건 이미 널리 밝혀졌다. 자세한 설명은 미국 공중위생국, 질병통제관리센터, AP통신의 팩트체크를 참고하자.

백신 반대론자는 비슷한 의견을 지닌 마스크 반대론자에게도 백신 부작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상의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음모론을 퍼트린 주요 인물로 백신 반대론자이자 정형외과 의사인 셰리 텐페니 박사는 최근 영상을 통해 “백신 접종자를 영영 멀리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신 반대론자인 소아과 의사 래리 팔레브스키 박사는 한발 더 나아가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사회에서 격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영상에서 “독성 물질이 백신 접종자로부터 미접종자에게 전달된다”며 “접종자는 비접종자들을 길이나 사회 어디에서든 피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자’라는 표시를 몸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크와 백신 반대론자가 루머 때문에 수용한 건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아니다. 

음모론을 믿는 마스크 반대론자는 오랫동안 착용을 거부했던 마스크가 이제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 익명의 게시자가 마스크 반대론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백신 접종자들이 퍼트리는 mRNA에 전염되지 않으려면, 이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거냐?”고 질문했다. mRNA는 메신저리보핵산으로 모더나나 화이자를 만드는 백신 개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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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반대론자는 트위터에 “백신이 독성을 퍼뜨린다는 주장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우리 가족을 접종자로부터 보호하려면 이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나?”라고 적었다.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에는 근거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진짜다. 

이 두려움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플랜데믹(Plandemic: 계획된 전염병 대유행)’에 주요 인물로 등장했던 유명 백신 반대론자인 주디 마이코비츠 박사는 최근 진행한 온라인 생방송에서 한 캐나다인과 음모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이코비츠 박사는 콜로이드 실버 마스크를 착용해 비행기에서 쫓겨난 경험을 전했다. 클로이드 실버(은용액)는 마스크 반대론자와 전통 의료 행위의 추종자들이 공기 매개 바이러스를 없애준다고 주장해왔던 제품이다. 마이코비츠 박사는 “클로이드 실버 마스크를 쓰면 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에 태우지 않고 쫓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속뜻을 풀어보면 마이코비츠 박사는 제품이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적인 유일한 마스크라고 홍보한 셈이다. 물론 제품은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었다.

마이코비츠 박사의 마스크에 대해 처음 트윗을 남긴 반파시스트 연구원 드루 박사는 VICE에 마스크 반대론자 사이에서 마스크가 유행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성을 공개하길 거부한 드루 박사는 VICE와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마스크 반대론자들은 ‘나의 몸, 나의 선택’ ‘두려움을 이기는 진실’ ‘마스크를 벗자’ 등의 슬로건을 걸고 마스크 착용 반대를 위해 싸워왔다”며 “갑자기 마스크가 효과적이라며 마스크를 착용하면 우스워 보일 것이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신을 둘러싼 가짜뉴스는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학교는 백신을 접종한 교사나 교직원이 미접종 학생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켈로나의 한 가게는 접종자의 입장을 금지해 논란을 일으켰다. 가게는 접종자의 입장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매장 내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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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반대론자는 커뮤니티에서 접종자의 비말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실 아직도 마스크 반대론자 모두가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캐나다 간호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최근 마스크 반대론자의 유튜브 회의에서 “마스크는 백신 접종자의 비말을 막을 수 없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백신을 접종한 친구나 가족 주변을 서성이는 것은 코로나19 환자 주변을 다니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접종자의 비말도 환자의 비말도 모두 마스크를 통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짜뉴스를 온라인에 퍼뜨린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활동이 금지당한 온라인 사이트 네추럴뉴스는 백신 접종자들이 독성 물질의 비말을 전파한다는 기사를 전한다.

한 마스크 반대론자는 기사에서 “마스크가 스파이크 단백질(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할 때 활용되는 돌기 형태의 단백질)의 확산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네추럴뉴스는 ‘솔잎차’가 코로나19를 막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Mack Lamour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