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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에서 생활이 된 한국의 일본 불매 운동 ‘노재팬’

8월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 수가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 수를 5년 만에 넘어섰다.
Junhyup Kwon
Seoul,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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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UNG YEON-JE / AFP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됐다. 일본 제품 불매뿐 아니라 여행 보이콧도 진행 중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한 본사 임원이 “(불매 운동의) 영향이 오래가지 못 갈 것”이라고 내다본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냉각된 한일 관계가 단순한 현상을 넘어 생활로 자리 잡고 있다.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생활로 파고든 ‘노재팬’ 운동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 23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8월 한국관광통계공표’와 일본 관광청이 최근 내놓은 ‘8월 방일외국인여행자통계’에 따르면,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30만8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만3941명)에 비해 48%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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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중반 감소율이 대체로 한 자릿수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한일 서로의 국가를 방문하는 양국 관광객의 수가 역전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의 수가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수를 넘어섰다.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2014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방한 일본 관광객 수(32만9652명)가 방일 한국 관광객 수(30만8700명)를 앞질렀다.

2014년 이래로 방일 한국 관광객 수가 줄곧 더 많다가 지난달 불매 운동의 폭풍이 휩쓴 후 방한 일본 관광객이 방일 한국 관광객을 2만명 이상 넘어섰다.

생활 속으로 파고든 ‘노재팬’ 운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해시태그 ‘#노재팬’ ‘#NoJapan’ ‘#BoycottJapan’으로 수만 건이 넘는 게시물을 검색할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도 ‘#일본불매’와 ‘노재팬’을 검색하면 채팅방 수십 개가 나온다.

주로 일본 제품이나 여행을 불매하는 방법을 의논하거나 일본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가 오간다. 불매 운동을 사진으로 인증하는 문화도 생겼다. ‘이 시국에’라는 말도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현재 당면한 국내 및 국제 정세를 뜻하는 말인 ‘시국’이 일본 여행을 가거나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일본에서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도 비판이 거세다. Mnet이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인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가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를 올해의 개최 도시로 정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시상식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고야가 현지에서 열린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한 도시라는 이유에서다.

‘노재팬’ 운동이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시민사회의 여론에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지난 18일 가을맞이 역사문화유적투어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주최 측은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내역을 증명하면 참가비를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충북 보은여고는 최근 수학여행 장소를 일본에서 대만으로 바꿨다. 보은여고는 지난달 가정통신문을 통해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학생의 안전 문제로 일본 수학여행을 취소했다”며 “학생의 85.7%가 희망해 대만 수학여행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공지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불매 운동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한양대 정철 관광학부 교수는 VICE와 인터뷰에서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았다. 정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끊임없이 한국인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서 반감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위기상 일본 여행을 간다고 해도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려 과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일본으로 여행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성균관대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한일 양국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양국의 태도가 강경하다. 또 정치 지도자들이 불매 운동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며 “(불매 운동이) 세대를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어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