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iland

스케이트보드 타면서 ‘민주주의’ 외치는 태국 청년들

래퍼부터 그라피티 아티스트, 보더까지 시위 최전선에서 변화를 외치다.
태국 시위 스케이트보드
태국 청년들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 위에 앉아 있다. 사진 제공

태국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건 젊은 청년들이다. 그런데 일부 청년들이 태국 총리 사진 위에서 독특한 디자인이 그려진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남다른 모습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주 수도 방콕에서 열린 시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시위를 벌였다.

태국 청년 트리윗 체인 분카위실쁜과 친구들은 방콕에서 좀 떨어진 작은 마을 출신이다. 최근 군부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상경했다. 상경할 때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왔다. 보드에는 손가락 세 개로 탱크 부대를 박살 내는 듯한 독특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도 적혀 있다. 지난 7월 시위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트위터에서 유행하던 해시태그 ‘태국의 민주주의를 구하라(#SaveThaiDemocracy)’와 ‘독재를 멈추라’라는 글자가 보드 위에 쓰여 있다. 최대 특징은 세 손가락이 그려진 그림. 세 손가락은 영화 ‘헝거 게임’에서 저항을 뜻한다. 2014년 태국 쿠데타 때부터 시민들이 군부 정권의 압제에 반대하는 표시로 썼다. 시위자들은 이번 민주화 시위에서도 세 손가락을 들고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세 손가락은 최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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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더 체인은 VICE와 인터뷰에서 “스케이트보드는 우리가 예술을 하는 방법이고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방법이면서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14일 1974년 10월 14일 민중봉기 47주년을 맞아 대규모 시위를 열었는데 이들도 여기에 참여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의사를 표출했다.

태국 청년 스케이트보드

태국 청년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 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들은 집회에서 무료 보드 교육을 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얼굴이 담긴 거대한 현수막 위에서 시위자들에게 여러 보드 기술을 가르쳐주는 교육 행사를 열었다. 평화적인 시위 같지만 대담한 도전이었다. 특히 전날 시위자들이 수티다 왕비가 타고 있던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라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체인과 친구들은 의연한 모습이다.

체인은 “스케이트보드는 행위 예술”이라며 “체조가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스케이트보드는 용기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적인 의사 표출에 용기가 중요하다”며 “군부가 마음속에 심어 놓은 두려움에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 시위는 ‘자유청년’이라는 단체가 시작했다. 이 단체는 의회 해산과 새로운 헌법 초안 작성, 독재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요구 범위는 더 광범위하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교육 개혁도 논의에 있다. 또 왕실 명예훼손법에 따라 법적인 이유로 논의가 전혀 불가능했던 왕실과 군주제에 대한 얘기도 이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국 청년들은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로 국가를 재구성하길 원한다.

특히 지난해 총선 기간에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 몰표를 받아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청년들이 정의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저항의 최전선에서 서 있다.

최전선에 있는 건 스케이트보더뿐이 아니다.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들도 군부 정권의 부패를 풍자했다. 래퍼와 DJ들도 음악을 통해 독재를 비판했다.

태국 청년들은 정치적인 패러디나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불만을 표현한다.

태국 청년 스케이트보드

태국 청년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 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체인은 2014년 쿠데타부터 지난해 선거까지 군부의 통치 기간과 최근 유행하는 저항적인 청년 하위문화의 흐름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쿠데타 이후 학생들이 학교에서 집권층이 만들어 놓은 옛날 가치관을 따르고 암송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강한 반발 심리가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특히 ‘12가지 핵심 가치’를 지적하면서 말했다. 그는 “12가지 핵심 가치는 태국 청년들에게 애국심과 왕실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은 군부 정권이 12가지 핵심 가치를 강요하면서 막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제 인터넷으로 전 세계 상황이 태국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