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

1500년 전 신라인이 착용한 장신구 묻혔던 그대로 발굴

금동관부터 금귀걸이까지, 6세기 초 만들어진 금붙이가 한꺼번에 발굴됐다.
3.9.20
문화재청 경주 장신구
경북 경주 황남동 고분 120-2호분에서 발굴된 금귀걸이. 사진: 문화재청 제공

금동관과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은허리띠, 은팔찌, 구슬팔찌, 은반지….

약 1500년 전 신라인이 착용하던 장신구다. 이 모든 장신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인이 당시 착용하던 형상 그대로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3일 장신구가 경북 경주시 황남동 고분에서 한꺼번에 나왔다고 밝혔다. 장신구가 일괄 발굴된 것은 1973~1975년 나온 대형 고분 황남대총 이후 처음이다. 또 착장 상태 그대로 공개되는 것도 처음이다.

문화재청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은 2018년 5월 14일부터 고분을 발굴 조사하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시신이 있는 매장주체부 자리에서 금동신발과 금동 달개 일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밀 조사를 통해 6세기 초 장신구 일체를 발굴한 것이다.

주로 120호분을 발굴조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장신구가 발굴된 곳은 120호분의 봉토를 파괴하고 축조된 120-2호분이다. 120호와 120-2호분은 친연 관계로 추정된다.

고분의 주인은 최고위급 신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금동관을 보면 주인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경주 금동관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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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키는 170cm 내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동관의 중앙부에서 금동신발의 뒤꿈치 길이가 176cm이라서 짐작할 수 있다.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은 과학적인 분석 작업을 통해 주인의 성별과 숨겨진 내용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3. 경주 황남대총 북분의 장신구 노출 전경.jpg

금동관의 가장 아랫부분에는 머리에 관을 쓸 수 있도록 둥글게 만든 띠 관테가 있고 그 위엔 나뭇가지 모양 3단 세움 장식이 3개 있다. 사슴뿔 모양 세움 장식 2개를 덧붙여 세운 형태로 관테에는 뒤집어진 하트 모양 장식용 구멍이 있다. 또 금동관의 관테에는 곱은옥과 금구슬로 이뤄진 금드리개가 양쪽에 달려 있다.

금동관의 관테에 구멍이 뚫려있는 건 처음이다. 또 경주 돌무지덧널무덤의 주인이 관과 관모를 동시에 착장한 첫 사례다. 투조판이 관을 장식한 용도라면 최초의 사례다.

아래로 내려가면 은허리띠와 허리띠 양 끝에 4점이 묶음을 이룬 은팔찌와 은반지도 있었다. 오른쪽 팔찌 표면에서는 1mm 내외의 노란색 구슬이 500점 넘게 나왔다. 따라서 작은 구슬로 만들어진 구슬팔찌를 은팔찌와 끼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은허리띠 드리개 연결부가 삼각형인 점, 시신과 묻는 물건을 두는 공간 부장칸에서 출토된 철솥 좌우에 고리 자루 모양 손잡이가 부착된 점이 새로웠다.

사진 17. 120-2호분 부장칸의 철솥 세부 노출 상태.JPG

경북 경주 황남동 고분 120-2호분에서 발굴된 철솥. 사진: 문화재청 제공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온라인 설명회에서 "경주에서 이렇게 온전한 상태의 착장 세트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70년대에 발굴된 천마총은 순금으로 돼 있어 상태가 좋았지만 금동 제품은 보통 제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고분) 120-2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신구가 아주 잘 남아 있다"며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건 머리의 금동관인데 경주에서 이렇게 금동관을 머리에 착장한 상태로 온전히 발굴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금동관이 머리 위가 아니라 망자의 얼굴 위에 놓였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신라인들이 망자에게 어떻게 장신구를 입혔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망자가 평소 사용했던 물건을 입혀 관에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라의 왕족들은 보통 머리엔 금관, 허리엔 금허리띠를 착용한다. 이 교수는 "이번에 나온 건 금동관과 은허리띠라서 주인이 왕족이 아닐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신구가 풀세트로 나온 건 무덤의 주인이 귀족 이상이라는 걸 말해준다"고 전했다.

성별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일단 여성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보통 경주에서 남성은 왼쪽에 칼이 있고 여성은 칼을 소유하지 않거나 허리에 은장도 같은 장식 칼이 있다"며 "이번에는 허리에 15cm 정도의 금은 장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진 14. 120-2호분 금동신발 일부 노출 상태.jpg

경북 경주 황남동 고분 120-2호분에서 발굴된 금동신발. 사진: 문화재청 제공

위광철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수습하고 보존 처리하면 금속의 성분 분석이 가능하다"며 "목질의 수종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