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스택스, 바스코, 강성석, 목사, 마약, 마리화나, 대마초
래퍼 빌스택스(왼쪽)와 강성석 목사. 사진: 이다열
Cannabis

한국의 대마 규제 완화 위해 손잡은 래퍼와 목사

언뜻 보면 잘 안 어울리지만 ‘대마 규제 완화’라는 꿈은 같다.
David D.  Lee
Paju-si, KR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래퍼와 목사가 한국의 대마 규제 완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래퍼 빌스택스(옛 바스코)는 대마에 관한 논의 자체가 금기인 한국 사회에서 대마 합법화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 한국의 대마 규제를 과거 두발 단속, 치마 길이 단속과 비교하면서 “조만간 대마초는 합법이 될 것이고 내 아들이 컸을 때는 ‘미친 거 아니냐’라고 할 날이 올 것이라고 420% 확신한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해 4월 한국 최초로 대마를 주제로 제작한 앨범 ‘디톡스’를 발표했다.

빌스택스는 올해 41세로 한국의 1세대 래퍼다. 그는 VICE와 인터뷰에서 “목표는 대마에 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빌스택스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다. 양손과 팔, 가슴에는 타투를 새겼다. 또 맥도날드 로고에 대마를 뜻하는 영어 단어 ‘마리화나’가 적힌 직접 디자인한 후드티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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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빌스택스가 한정판 카세트테이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이다열

빌스택스가 앨범을 작업하는 서울의 스튜디오 벽면에는 대마를 상징하는 녹색 바탕에 ‘의료용 대마 생존의 문제’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는 인터뷰 때 ‘디톡스’의 한정판 카세트테이프를 보여줬다. 대마를 뜻하는 ‘420’을 따라 420개만 제작했다.

“대마에 관한 사회의 프로파간다에 그동안 세뇌당한 사람들을 음악과 패션, 영상과 같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디톡스(해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대마에 관한 프로파간다에 그동안 세뇌당한 사람들을 음악과 패션, 문화 콘텐츠를 통해 ‘디톡스(해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대마와 래퍼. 그리 신선한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빌스택스처럼 한국에서 대마 사용을 공개 지지하는 가수는 흔하지 않다. 지난해 ‘디톡스’가 공개됐을 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새로운 앨범 카테고리에는 이 앨범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앨범의 표지에는 건조한 대마와 담배처럼 돌돌 말린 대마초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대마의 대변인을 역할을 자처하는 그를 주변 사람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다. 부모님은 그가 하는 일을 탐탁지 않아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는 일상적인 대화만 한다.

하지만 부인을 비롯해 처가에서는 그가 하는 일을 열렬히 지지해준다. 그는 “‘오락용 대마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처가 식구들에게 말하니 이튿날 온라인으로 조사해 질문을 잔뜩 적어 오셨다”며 “장모님과 꼭 대마초를 피워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8년 말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의료용 대마를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제약이 있다. 대마 성분이 들어간 약을 구하기 쉽지 않다.

빌스택스는 대마를 둘러싼 인식을 개선하는 건 음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뜻 어울리지는 않지만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소속이자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KMCO)의 설립자 42세 강성석 목사와 손잡았다. 

강 목사가 현재 대표로 있는 KMCO는 한국에서 최초로 의료용 대마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로 2018년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되는 과정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강 목사는 VICE에 “의료용 대마로 암이나 뇌전증,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만으로는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볼 때는 다른 평범한 목사처럼 감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하지만 설교하는 내용은 목사보다 오히려 빌스택스가 하는 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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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석 목사가 팟캐스트 방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이다열

지난해 4월에는 빌스택스의 인스타그램 라이브에도 초대받아 시청자를 대상으로 대마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공유하며 서명을 독려했다. 이들이 독려한 청원은 구체적으로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와 대마초의 비범죄화였다. 청원은 약 1만4000명이 참여하면서 목표 인원 20만명의 서명을 받지 못했다.

빌스택스는 “강 목사를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 목사는 청원도 도와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 교류하면서 돕고 있다. 강 목사도 “(빌스택스가) 교회에서 열린 KMCO 총회에도 참석했다”며 “현장에서 바로 회원으로 가입했고 꾸준히 회비를 내며 KMCO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완전히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대마 합법화를 주제로 뭉친 셈이다. 거친 모습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한국 래퍼는 어쩌면 종교인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종교인이 대마를 지지하고 나선 래퍼와 어울리는 것도 드문 일이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조만수 교수는 VICE에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여기는 한국인 약 30% 중 다수가 대마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강 목사는 “우리 단체나 우리가 하는 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기독교 단체는 여태껏 없었지만 공개적으로 지지한 단체도 없었다”며 “예수께서 당대에 많은 사람을 돕고 치료하셨듯이 환자에게 치료제를 가져다가 주는 게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3세대 목사로 조부가 6·25전쟁 중 신앙을 고백했다 처형당한 순교자다. 그에겐 대마 규제 완화 운동이 선교 활동이다. 강 목사는 몇 년 전 디스크 파열을 겪었을 때 의료용 대마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강 목사는 “교수나 의사들이 의료용 대마의 효능을 잘 알면서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가장 큰 이유가 사회적인 낙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 교수는 한국 학계에서 대마의 산업화를 연구하는 얼마 되지 않는 학자 중 하나다.

그는 “한국인 모두가 대마 합법화 운동을 반대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대부분은 살면서 대마를 본 적이 없어 관심도 지식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마초는 코카인이나 헤로인, 필로폰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며 “대마초와 강력 마약을 경험해본 사람 수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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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가게 앞에서 모여 흡연하고 있다. 사진: 이다열

강 목사도 이런 사회적인 인식에 동감했다. 그는 “한국인은 대마 하면 재벌가 자제가 조사받는 모습을 떠올린다”며 “한국에서 대마 소지로 기소되는 건 거의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빌스택스의 앨범이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

빌스택스는 “더 많은 사람이 앨범을 들었다면 댓글 창이 악성 댓글로 가득했을 것”이라며  “왜 이 앨범을 냈는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바랐던 반응은 ‘와, 한국에서 이런 앨범을 발매할 수 있구나’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대마를 둘러싼 인식이 바뀔 때까지 힘을 모을 것이기 때문이다.

David D.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