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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애인과 헤어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이유

심리학자가 새해에 이별하는 이유와 대처 방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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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진: 헌터 뉴턴/ 언스플래시

지금 누군가와 연애하는 사람이라면 새해를 보통 두 가지 전혀 다른 기회로 삼을 거다. 애인과 행복하게 보낼 기회로 생각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기회로 보거나.

사람들은 새해 전후로 많이 이별한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커플들은 한 해의 모든 날 중에 12월 11일에 가장 많이 이별한다. 또 다른 달보다 1월에 가장 많이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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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많이 이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더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또 가족에게 소개하지 않기 위해 관계를 정리한다.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커플 기념일을 피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필리핀의 임상 심리학자 노비 두퀼라는 VICE와 인터뷰에서 “이별에 관한 생각 자체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새해를 전후로 해서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욕구는 변화와 탐험을 시도하겠다는 기본 욕구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집을 정리하거나 새 직장을 구하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등 무궁무진하다. 두퀼라는 “사람들은 보통 연휴에 감성적으로 변하고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며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에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또 “그런 과정을 겪다가 연인 관계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연인이 너무 고지식하고, 통제하려고 들어서 성장에 제약을 받는다고 느낀다”며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별하고 싶다는 생각이 시기를 타는 걸까. 이건 소위 ‘지속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두퀼라에 따르면 이건 심리학의 용어인데 관계에서 문제를 만들어내는 요인을 일컫는다. 지속적인 신체적, 심리적 학대와 바람기, 해결되지 않은 문젯거리가 해당한다.

연휴에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 요인을 떠올린다. 그러면 이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연휴는 기쁨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준다. 이별은 연휴에 스트레스를 더한다.

두퀼라는 “그렇다고 해서 연휴 기간이 이별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라며 “이별하기 가장 좋은 때는 상대와 경험이 더는 긍정적이지 않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인 관계는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많을 때 망가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별하고 싶은 마음이 오랫동안 쌓인 건지 아니면 단순한 충동인지 확신이 안 서는 사람들을 위해 유명 벨기에 심리학자 에스터 페렐이 확립한 4가지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이 4가지 중에 하나라도 해당하면 단순한 충동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두퀼라는 “첫째는 폭력”이라며 “폭력은 학대로 이어지는 행위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고 파트너에게 해를 가하는 미묘한 공격 행위나 비언어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둘째는 무관심”이라며 “상대가 마치 이별을 하려는 것처럼 더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거나 냉정하게 대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이어 “셋째는 관계가 더는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듯이 방치하는 행위”라며 “넷째는 4가지 중에 최악인 경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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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관계를 무의미하다는 듯이 무시하는 행위다.

두퀼라는 새해 연휴에 이별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들려줬다.

“상대와 이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별을 고하는 대화를 하면 긴장감이 생겨요. 이때 ‘나 대화법’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네가 날 소홀하게 대했다’보다는 ‘내가 무시당하는 것처럼 느꼈다’라고 말하는 거죠. 이렇게 하는 목적은 이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해서예요. 이별 편지를 쓰거나 연인을 생각하게 하는 물건을 치우거나 같이 했던 활동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본다거나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도 이별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좋아요.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식당에 가는 것처럼요. 관계의 끝을 명확히 할 때 도움이 돼요.”

이별의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잘 살펴줘야 한다.

“이별 후에는 분노와 죄책감, 수치심, 슬픔, 안도까지 아주 복잡한 감정을 느껴요. 가장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에요. 이런 감정을 정상화하는 과정이 시작이에요. 슬픔이 무언가를 잃었을 때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주는 거죠. 이런 감정이 정당하고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때 마음을 바꾸기가 더 쉬워요.”

또 이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보통 이별의 의미를 생각해내려고 한다. 즉, 마음속으로 이별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두퀼라에 따르면 우린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상황에 대한 해석을 바꿀 수는 있다. 이 해석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행동이 달라진다.

“이별의 의미를 스스로 재정의하세요. 사람들은 이별하면 혼자 남는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정말 혼자 남게 되는 건가요? 이게 정말 맞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다른 가족과 친구는 주변에 없나요? 새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새해에 이별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새해의 의미와 맞아떨어진다. 어쩌면 그토록 바랐던 새 출발을 위해 정말로 필요했던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별이 두 사람 모두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어요. 이별이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방향, 새로운 연결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것 자체가 멋진 경험이 될 수도 있어요. 성장을 위한 강한 의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또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돼요. 특히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자기 일부분에게 집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Romano San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