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을 일일이 기억하는 여성에게 던진 10가지 질문

‘기억은 신의 선물, 망각은 신의 축복’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망각의 힘으로 눌러놓고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대부분과 달리 삶의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하고 일일이 기억하는 여성이 있다. 31세 호주 여성 리베카 섀록의 얘기다.

리베카의 기억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모든 일을 시간 순서대로 상세히 기억한다. 냄새뿐 아니라 대화 중 쓰인 단어, 육체적 고통까지. 리베카는 전 세계에서 80명 정도만 앓는 ‘과잉기억증후군(HSAM)’을 진단받은 사람 중 하나다.

모든 일을 전부 기억하는 그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궁금한 점을 물었다.

VICE: 가장 첫 번째 기억은 무엇인가요?
리베카 섀록: 캄캄한 어둠 속에 있었던 기억이에요. 어둠 사이로 붉은색 빛이 빛났어요. 다리 사이로 머리를 두고 있었어요. 아마 자궁 속에 있었던 때인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시간 순서대로 기억하는데요. 이게 생각나는 가장 첫 번째 기억이에요.

두 번째 생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나요?
두 번째 생일은 동생 제시카가 태어나기 바로 전이었어요. 그때 엄마가 동생을 임신했는지 몰랐어요. 식탁에 앉아서 기차 모양의 플라스틱 장식이 얹혀 있었던 케이크를 먹고 있었어요. 케이크에 장식이 있으면 떼어내서 몇 달 동안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어요. 그땐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걸 몰랐죠.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만 알았어요.

가장 선명한 기억 하나만 꼽는다면요?
전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있었던 일을 선명히 기억해요. 새로운 기억을 아주 강렬히 기억하진 않아요. 세 살 때 할아버지댁 침대에 앉아 있었어요. 엄마한테 몇 주 전에 저녁식사로 뭘 먹었었는지 물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했어요. 그때 엄마가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옛일이 돼서 기억 못 할 거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기억이 얼마나 선명하게 나는 거죠?
저는 모든 걸 기억해요. 특히 냄새는 가장 선명하게 기억해요. 어디론가 떠나기 전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싶으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맡았던 냄새를 다시 맡아요.

HSAM 진단 과정은 어땠나요?
매우 긴 과정이었어요. 부모님이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소에 연락했어요. 연구소는 2006년에 HSAM을 처음 발견했던 곳이에요. HSAM을 공식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해요. 전체 진단 과정은 두서너 해가 걸렸어요. 뇌 검사를 포함해 다양한 검사를 받았어요. 검사 시작 전에 몇 가지를 질문하고 기록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2년 뒤에 뭘 말했는지 다시 물어보더라고요. 처음 검사를 받았을 땐 무척 떨렸어요. 검사원들이 특정 사건이 발생한 요일이나 상황을 물었을 때 대부분이 실패한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모두 기억해 냈어요. 그렇게 테스트를 통과했죠.

공식적으로 진단받는 게 의미가 있나요?
물론이죠. 이런 증후군이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진 자존감이 무척 낮았어요. 제게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답을 찾은 기분이랄까요. 자폐증 진단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미스터리였거든요. 답이 없는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어요.

21세가 될 때까진 HSAM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10대가 돼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 좀 다르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집착한다는 걸 느꼈어요. 진단을 받기 전에는 그냥 단순히 강박 장애의 일종을 앓고 있는줄 알았죠.

당신에겐 HSAM이 축복인가요, 저주인가요?
둘 다인 것 같아요. 저주예요.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없을 땐요. 나쁜 기억과 함께 나쁜 감정도 되살아나요. 하지만 축복이기도 해요. 행복한 경험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영원히 기억할 거란 걸 알고 특정 일이나 상황을 일부러 피하기도 하나요?
당연히 더 많이 주의하죠. 또 다른 기억력 테스트를 위해 시사에 정통해야 해요. 그래서 신문 읽기를 좋아해요. 텔레비전 뉴스에서 뭔가 대립 상황을 보잖아요. 그러면 그 상황을 영원히 기억해요. 불안을 느껴서 감정 조절을 위해 약을 먹어요. 스트레스가 클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 날이 있잖아요. 예컨대 크리스마스 쇼핑을 나간다거나. 그럴 땐 미리 신경안정제를 챙겨 먹어요. 전문가가 이런 상황을 피하는 예방책을 알려줬어요. 하지만 때론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당신을 테스트하려고 하면 기분이 어떤가요?
좀 곤란하거나 당황스러워요. 뭐랄까요.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랄까요. 가끔 믿지 못하겠다면서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달라는 메시지도 받아요.

만약 완벽히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치료하고 싶나요?
심장 뛸 때마다 생각나는 나쁜 기억을 없애고 싶어요. 하지만 행복한 기억들은 지금처럼 간직하고 싶어요.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은 남길 수 있으면 해요.

Laura Wo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