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음악, 자연, 예술, 소리
캐나다 예술가 태런 나야르가 숲속에서 음악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모든 사진: 태런 마야르 제공
Environment

버섯으로 음악 만드는 예술가

버섯이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버섯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남성이 있다. 바로 캐나다 예술가 태런 나야르다.

그는 지독하게 춥던 1980년대 겨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일하게 따뜻함을 느꼈을 때가 인도 전통 음악을 가르치던 나렌드라 버마 선생님의 수업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버마는 인도 전통 음악을 세계에 알린 스승을 뒀다. 그는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인도 전통 현악기 시타르의 전설적인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라비 샹카르의 제자였다.

나야르는 매주 선생님의 집에 들렀다. 그러면서 이 천재 음악가에 빠져들었다. 또 음악에서 진동의 의미와 악보를 그리는 방법, 소리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다고 평생 인도 전통 음악만 했던 것은 아니다. 록밴드 생활을 거쳐 30년이 지난 뒤 어린 시절에 영향을 준 음악으로 돌아왔다. 인도 전통 음악을 토대로 생물을 이용한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창작했다. 하지만 이 음악이 인기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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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르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음악 창작 과정을 공유한다. 한 영상을 보면 그는 버섯에 전선을 연결해 음악을 창작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나뭇잎으로 음악을 만든다.

나야르는 VICE와 인터뷰에서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다”며 “식물이나 버섯 같은 생물에 존재하는 전기(생체 전기) 신호와 자연 발생하는 지구의 진동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진동은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특수한 장비 없이는 들리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 때 선인장을 뒤에 두고 전기 신호로 소리를 만드는 신시사이저를 꺼냈다.

식물로 음악을 창작하는 원리는 이렇다.

식물에서 자연 발생하는 전기 저항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전자음으로 변환하는 거다.

나야르는 “식물이 음악을 만드는 건 아니다”라며 “식물에 있는 물의 움직임을 전기 저항으로 활용하고 전선을 꽂아 저항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음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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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예술가 태런 나야르가 음악 제작에 사용하는 장비다.

식물로 음악을 만드는 절차는 간단하다.

집게형 전선을 버섯의 머리나 식물에 연결한다. 또 지구에서 자연 발생하는 진동을 탐지하기 위해 뿌리 부근의 흙에 탐침을 꽂는다. 이 선들을 신시사이저에 연결한다. 그렇게 하면 신시사이저가 전기 신호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바꿔준다.

그는 때때로 식물에서 나온 소리를 조작한다. 메아리 효과를 살짝 추가하는 식이다. 예컨대 자연의 소리를 기계를 이용해 살짝 바꿔 몽롱한 느낌을 더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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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예술가 태런 나야르가 음악 제작에 사용하는 장비다.

나야르는 선생님에게서 배운 걸 응용했다. 그는 식물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음악이 되도록 다듬는 과정에서 인도 전통 음악에서 사용하는 음계인 ‘라가’의 구조를 떠올렸다.

그는 “인도 전통 음악은 진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전기 회로와 장비를 이용해 음악을 전자음으로 변환하면 생각하지도 못한 마법 같은 소리가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또 “아침에 일어나면 인도 전통 음악의 양식으로 된 곡을 틀어놓고 작업한다”며 “음악을 듣다가 거기서 음을 가져오기도 하고 특정 음을 들으며 집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장 흥미로운 건 어떤 생물에 전선을 연결하는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이 음악을 ‘환경 음악’이라고 한다. 버섯으로 만든 음악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로 만든 음악 같고 고사리로 만든 음악은 물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같다.

사실 식물에 전선을 연결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미국 래퍼 스눕독은 2019년 10월 다른 래퍼들과 함께 나야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최초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곡 ‘스티키 시추에이션’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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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스눕독이 활용했던 식물은 대마였다. 일부 회사는 유행에 편승해 식물로 음악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기기를 내놓았다. 전선을 식물에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나야르의 영상이 알려진 건 최근 일이다.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코로나19로 우리가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과 연관 있다고 봤다.

나야르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칭찬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번은 누군가가 아픈 어머니가 버섯으로 만든 음악을 듣고 좋아졌다고 했다”며 “최근에는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가 영상을 보고 힘을 냈다는 말을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식물을 많이 생각하고 아끼는 걸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덧붙였다.

꼭 식물 하나로만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법은 없다. 이탈리아 북부 생태마을 공동체 다마누르는 8년 전에 ‘식물 콘서트’를 열었다. 마을의 여러 식물을 전선에 연결했다. 그렇게 해서 숲 전체가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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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예술가 태런 나야르가 음악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나야르는 이 일로 돈을 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숲을 뒤적이다 버섯이나 선인장에 전선을 연결해 음악을 만드는 것에 만족한다. 그에겐 영상의 인기조차 중요하지 않다.

“이 작업은 제 자신을 위한 거예요. 세상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모든 존재가 살아있다는 걸 잊곤 하죠. 음악을 만들면서 세상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Arman 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