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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중 신음을 둘러싼 편견을 부수는 생각들

섹스 중에 신음을 꼭 내야만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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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람들은 왜 섹스하면서 신음을 낼까. 생각보다 답하기 쉽지 않다.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서? 아니면 영화와 포르노의 영향 때문에? 포르노에서는 언제나 뜨거운 신음이 나온다. 좋을수록 신음이 더 커야 한다는 것처럼.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유명한 영국 배우 카라 델레바인은 지난달 토크쇼 ‘레이디파트’에 출연해 편견을 깨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진행자 세라 하일랜드에게 “소리를 안 내면 훨씬 잘 느껴진다”며 “조용히 있다 보면 더 달아오른다”고 말했다.

물론 섹스 중에 소리로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대부분 이성 관계 중 남성이 여성을 만족시킬수록 여성이 신음을 많이 낸다는 생각과 연결된다.

신음이 아무런 이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신음을 내면 흥분의 강도를 나타낼 수 있고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진짜든, 가짜든 오르가슴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상대방의 자존감도 올라가고 몇 초 이내로 덩달아 쉽게 절정에 도달하게 돕기도 한다. 단순히 침대 위 분위기를 더 짜릿하게 만들어준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일상에서도 이렇게 느낄까. 실상은 많은 여성이 섹스 중 소리를 내고 싶지 않다고 느끼거나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11년 한 연구에 따르면 18~46세 이성애자 여성 66%는 상대방이 절정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신음을 낸다고 응답했다. 놀랍게도 여성 87%는 남성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신음을 낸다고 답변했다.

가짜 신음으로 남성을 속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는 36세 여성 비디샤 다스는 그 이유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VICE와 인터뷰에서 “학대했던 남편과 드물게 섹스할 때면 최대한 빨리 사정하게 하려고 억지로 신음을 꾸며냈다”며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전했다.

신음이 상황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인도에서 섹스코치로 일하는 팔라비 반왈은 VICE에 한 부부 이야기를 공유했다. 부부는 대가족과 함께 철도 근처에 살았다. 그들의 침실과 다른 가족의 생활 공간을 분리하는 장치라고는 얇은 커튼뿐이었다.

그는 “부부는 자유롭게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독립 공간이 없어 그럴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발하게도 기차가 지나갈 때 오르가슴에 도달하도록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그들에겐 기차가 지나가는 1분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조용히 나누는 섹스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 그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의 신체를 새롭게 탐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조용히 몸을 어루만질 때 눈을 감고 섬세한 손끝의 움직임을 느껴보면 그 순간이 훨씬 더 강렬히 느껴질 거예요. 섹스를 꼭 체조하듯이 할 필요는 없거든요. 때론 그저 서로를 탐색해봐도 괜찮아요. 자기 몸에 더 집중하면서 진솔한 대화도 나누고요. 고요한 상태에서 몰랐던 성감대를 알게 되고 서로의 몸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어요.”

신음은 때론 윤리나 순수함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권에 따라 이런 가치와 얽혀있다. 반왈은 자신도 결혼 후 첫날밤을 치렀을 때 고통스러운 듯이 신음을 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인도에서는 여성의 동정이 오랫동안 인성, 순결과 결부됐다”고 설명했다.

22세 학생 프락야 싱은 많은 남성이 말은 안 하더라도 상대방의 신음을 기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신음이 사랑을 확인하는 척도라고 여긴다. “제 파트너는 소리 내는 걸 좋아해요. 우리에겐 일종의 의사소통 수단인 셈이죠. 소리를 안 내도 봤지만 생각만큼 흥분되지 않더라고요. 신음을 크게 내고 더러운 농담을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소리를 안 내면 섹스가 심문으로 끝나더라고요.” 남성은 상대방이 신음을 내지 않으면 만족도를 확인하려고 질문 공세가 시작된다고 전했다.

사실 이처럼 상대방에게 은근히 신음을 기대하는 건 그럴 만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음에 있어 장소는 중요하다. 싱은 통제되지 않는 장소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남성은 보통 옆 방에 누가 있으면 신음을 막죠. 그게 또 다른 의미로 남성을 흥분시켜요. 여성이 신음을 내야 하는지, 내서는 안 되는지를 통제한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성교육 전문가 카리시마 스와룹은 성을 논하는 게 금기되는 국가에서는 조용히 섹스하는 것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성에 보수적인 문화에서 여성은 신음을 낸 뒤로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욕구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인 신음을 내는 행위는 일종의 해방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포르노를 보고 신음을 꼭 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람과 섹스하느냐에 따라 신음의 의미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Arman 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