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수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치의 면역력 개선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효과가 아직 분명히 입증된 건 아니라서 맹신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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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전체 김치 수출이 7470만달러(약 888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3%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의 김치 수출도 1130만달러(약 134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61.7% 증가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의 장 부스케 폐의학과 명예교수 연구팀이 최근 한국의 낮은 코로나19 치명률의 일등공신으로 김치를 꼽으면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해당 연구는 한국과 독일, 대만 등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국가들이 김치나 사워크라우트(양배추를 절여 발효한 독일식 김치)를 섭취하는 식습관이 있다고 밝혔다. 김치 같은 발효 채소를 먹어서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뜻이다.
실제 5일 기준 김치를 주식으로 먹는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2.1%로 세계의 치명률 3.8%보다 낮다. 사워크라우트를 주식으로 먹는 독일의 코로나19 치명률도 4.3%로 다른 유럽 국가인 이탈리아(14.2%)와 영국(15.1%)보다 낮다.
지난 3월 김치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한국 정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김치 섭취로 코로나19의 감염을 막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부스케 교수도 VICE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구는 김치가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김치 같은 발효 채소를 많이 먹으면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발효 채소를 다량 섭취하면 생물 세포 내에서 각종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성 촉매인 엔자임 ACE2가 폐 표면의 세포에서 줄어든다. 코로나19는 엔자임 ACE2을 통해 폐에 침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김치를 먹어 바이러스의 침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부스케 교수는 후속 연구로 “김치나 사워크라우트와 같은 채소 절임의 어떤 물질이 어떤 방법으로 신체의 면역력을 높이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에 주목한 연구자는 부스케 교수뿐이 아니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 6월부터 전북대, 한국생명과학연구원 등과 함께 김치를 이용해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전통 발효식품 기반 고위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기술 선행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 미생물기능성연구단의 권민성 박사는 VICE와 통화에서 “김치가 비타민C와 미네랄, 식이섬유 같은 신체 건강에 이로운 성분을 함유한 건강식품이라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김치가 우리 연구소에서 과거 독감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인 김치를 눈여겨 보면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치가 바이러스 예방에 어떻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계인이 김치의 ‘면역 증강 효능’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스케 교수는 자신도 절인 채소를 많이 먹는 쪽으로 식습관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치와 발효 채소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아직 과학적인 검증 절차가 더 필요하다”며 “발표 식품을 많이 먹어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