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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다음 날 깨어나 보니 외국이었던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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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술을 마시다 보면 가끔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일어나 보니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올 법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무래도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저렴한 항공권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시대에 맞게 ‘주사(酒邪)’도 진화하고 있다. 잠깐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보도가 두어 달에 한 번씩은 나온다. 이런 황당한 일을 경험한 남성 네 명과 대화를 나눴다. 생각보다 이런 일이 얼마나 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이 어떻게 외국까지 넘어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죽지만 않으면 그리 나쁘지 않다

만취 술 음주 여행 알콜 소맥

어느 날 밤, 친구와 영국 첼름스퍼드의 술집을 돌아다녔다. 술에 잔뜩 취해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10파운드(약 1만5000원)만 내면 버스를 타고 스탠스테드 공항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첼름스퍼드처럼 춥고 비가 오는 장소보다 더 나은 곳에 가고 싶었다. 전화로 마지막 비행기를 예약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한 목적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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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탑승하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나서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 몰고 올 후폭풍을 깨달았다. 남은 건 빈 물병, 더러워진 옷, 지갑과 휴대전화뿐이었다.

전날 마신 술 냄새를 풍기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여기서 며칠 더 지내라고 권하셨다. 그래서 3일 후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다음날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바르셀로나의 따뜻한 날씨와 현지 음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여벌의 옷이 없었기 때문에 저녁 식사 후에는 호텔로 돌아가서 샤워하고 옷을 빨았다.

여행이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결국 여행으로 죽거나 감옥에 가는 일만 없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이 새로운 좌우명이다. — 알렉스, 영국

신발도 없이 병원에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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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프랑스의 보리우쉬르메르(Beaulieu-sur-Mer) 마을에 있는 작은 항구에서 일어났다. 직장 동료 두 명과 금요일 오후 퇴근하고 곧장 맥주 한 병씩을 사서 해변으로 갔다. 여기까지 일어난 일은 모두 기억이 난다.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은 것까지. 예전에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모나코의 클럽 ‘라 라스카스’에 가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술에 너무 취해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6시간 정도 기억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땐 모나코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꼭대기에 있는 병원이었다. 간호사들은 경찰이 병원으로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오전 8시까지 출근해야 해서 퇴원 수속을 밟아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로 돌아가려 했는데 간호사들은 술이 아직 깨지 않았다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경고했다.

무릎이 긁히고 이마에 혹 난 것만 빼고 상태가 꽤 괜찮았다. 입던 옷은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다. 신발은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간호사들이 자리를 비운 뒤 서둘러 옷을 입고 신발도 없이 창문을 넘어 기차역을 향해 달렸다. 큰길에 도착했을 때 전 직장 동료가 길 건너편에서 불렀다. 오전 6시쯤이었다. 밤새워 놀다가 라 라스카스 클럽에서 날 봤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내가 괜찮은지 물었다. 역 방향을 알려주고 내 사진을 찍으며 웃었다. 다행히도 제시간에 출근할 수 있었다. — 샘, 호주

인생에서 가장 후회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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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그의 친구 다니엘. 배경은 타스마니아 섬.

17세 때쯤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 다니엘과 놀러 나갔다. 그 당시 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곤 했다. 그날 밤 친구 중 누군가가 호주 멜버른으로 가는 다음 비행기를 타자고 제안했다. 그리곤 집 대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다음 기억은 지독하게 추운 호주의 타스마니아라는 섬에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돈도 별로 없었는데 모자를 새로 사고, 골프 클럽에 가서 카트를 빌렸다. 음식 사 먹을 돈도 거의 남지 않았다. 골프는 한 홀도 치지 않았고 우리가 얼마나 멍청한 애들인지만 떠들어대며 돌아다녔다.

완전히 녹초가 돼서야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다. -– 탐, 호주

서프라이즈 총각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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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이 만취해서 스위스 취리히로 가기 전 총각파티를 즐기고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처남의 총각파티에 갔다. 묵고 있던 호텔에서 숙소 정보가 적힌 손목밴드를 줘서 휴대전화나 지갑을 챙길 필요가 없었다. 술을 마신 뒤 친구들과 헤어지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어느새 손목밴드는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택시 기사님은 행선지를 모른다고 쫓아냈다.

20분간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운을 믿고 근처 우등버스를 탔다. 호텔의 이름이나 주소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근처를 지나가는 버스이길 바라면서 기사에게 태워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다시 쫓겨났다. 수화물 칸으로 뛰어들어 문이 열릴 때까지 여행 가방 뒤에 숨었다.

5시간 후에 수화물 칸 문이 열렸을 때, 밖으로 나와 어디인지 보려고 뛰어다녔다. 아직 독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위스 취리히가 적힌 교통 표지판과 스위스 국기를 보고 외국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 시간쯤 돌아다니다가 경찰서에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관은 스위스 동료들에게 고개를 돌려 프랑스어로 그 이야기를 전했다. 경찰관 전체가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경찰서에서 샌드위치와 담배 그리고 표 검사관에게 줄 편지를 받았다. 다시 뮌헨에 도착했을 때 휴대전화도 돈도 없었고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처음 뮌헨에 도착했을 때 내렸던 기차역과 우리가 출발했던 클럽을 찾고 난 후에야 그 ‘빌어먹을 호텔’을 찾았다. 몇 시간이나 걸어 다녔는지 모르겠다. — 조던,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