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친구와 밤새워 술을 진탕 마시는 건 평생 누릴 수 있는 재미는 아니다. 하지만 밤새워 음주할 수 있는 체력을 점점 잃는다고 해도 찍어둔 사진은 평생 남을 거다.
벨기에 출신의 24세 사진작가 루이즈 로렌츠는 몇 년 전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친구들이 술 취해 자는 모습을 촬영해 사진집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발표했다. 사실 주제 자체가 완전히 독창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로렌츠 작가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중한 순간을 가식 없이 담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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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 안녕하세요.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뭔가요?
루이즈 로렌츠: 예전에 파티를 자주 즐겼어요. 친구들이 만취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본능적으로 찍었죠. 그냥 웃겨서요. 또 귀엽잖아요. 사진을 모아 보니 꽤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집을 내기로 했어요. 순간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나요?
일부는 웃기대요. 자신이 취한 모습을 안 보고 싶어하기도 하죠. 대부분은 왜 저러고 있는지 궁금해해요. 저도 사진 속 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요.
기억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무엇인가요?
고르기 어렵네요. 굳이 말하자면 4~5년 전쯤 친구들이랑 한 페스티벌에 갔을 때예요. 놀다가 어느 순간 친구 한 명이 없어진 걸 알았죠. 친구는 이튿날 깼는데 티켓 판매소에 갇혀 있었대요. 지금까지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을 못 해요.
사진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뭔가요?
답하기 쉽지 않네요. 아마 매트리스에서 남자 애들 4명이 서로 꼭 붙어서 자는 사진인 것 같아요. 불편한 장소도 술에 취하면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지잖아요. 순간의 마법 같아요. 누가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누구랑 잠들지 그 순간 전까진 모르죠.
순간의 마법 같아요. 누가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누구랑 잠들지 그 순간 전까지 모르죠.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요?
저도 같이 취했을 때요. 촬영할 때 초점 잡는 게 어려웠어요.
보통 이런 사진은 어떻게 촬영하나요?
보통 밤에 친구들과 놀러 가서 촬영해요. 애들이 웃기거나 바보 같거나 위험한 짓을 할 때요. 재밌는 건 광란의 파티와 취침 시간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는 거죠. 사진은 꽤 고요하잖아요. 초저녁에 실컷 놀다가 기운이 쏙 빠진 애들이 보통 사진의 주인공이 돼요.